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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무죄] ②환경부로 향하는 의혹들

조나리 기자 승인 2021.02.11 13:44 | 최종 수정 2021.02.18 20:54 의견 0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12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관련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제발 좀 도와달라”

피해자들은 절규했다. 지난 1월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중에는 본인을 포함, 두 딸까지 세모녀가 모두 피해자인 경우도 있었다. 이 피해자는 사연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는 “저희 세 모녀가 모두 다 피해자다. 어린 두 딸이 건강하게 자라라고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머리맡에 쐬어주었다”면서 “가습기살균제를 사다가 머리맡에 쐬어 준 엄마는 죄인이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그 중 한 아이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했다. 면역력 저하로 수많은 질병에 시달렸고,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해 늘 병원을 다녔다”면서 “이제 28살이 됐다. 아이가 ‘봄이 오면 예쁜 신발 신고 엄마와 나들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면역력 이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겪고 있고 지금은 사지가 뒤틀려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도 딸들은 기자회견장에 나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다”면서 “하지만 결국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부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동이 불편한 다른 피해자 역시 기자회견 후 취재룸J와의 인터뷰에서 “약을 몇 가지를 먹는다. 거기다 요즘엔 치매까지 왔다”며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병원에 가면 합병증 약만 처방해준다. 목에서 피가 많이 나오면 119 불러서 병원 오라고만 한다”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동생이 도와주지 않으면 밖에 혼자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 기자회견에 약보따리를 풀어서 보여주려고 했다”며 “(재판 결과에 대해) 법이 그렇다는데 우리가 법을 이길 수 없지 않은가. 기자회견에 나와서 우리 얘기라도 하려고 동생의 도움을 받고 이 자리에 나왔다. 제발 도와달라”고 힘겹게 말했다.

본인을 포함해 두 딸이 모두 피해를 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언 도중 울분을 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책임 없나

특히 시민단체는 환경부가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혜정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회장은 “이 시간에도 피해자는 사망하고 있고, 이번 재판 결과에 의해 폐이식 신청 대기 피해자들조차도 피해자가 아닌 상황이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0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이 환경부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이 모두 끝났다고 판단한 이후에 발생했다”며 “당국은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 가습기 특조위로부터 빼앗을 진상규명 권한을 회복시키고 피해자 찾기만 하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의 인적 청산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혜정 회장은 “과거 SK에서 일했던 장모 선생님께서 오래전부터 보관하고 있었던 가습기 메이트 시료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며 사참위에 전달을 했지만 사참위는 예산을 이유로 거부했다”면서 “결국 장 선생님은 최근 돌아가셨고, 시료도 이젠 너무 오래돼 변질된 상태다. 사참위가 시료 검사 요구를 거부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참위가 진상규명에 미흡했다는 지적은 사참위 내부에서도 나왔다. 실제로 최예용 사참위 전 부위원장과 장완익 전 위원장은 사참위를 사임하면서 “진상규명이 미흡했다”고 자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제382회 사참위에 대한 정기국회 정무위 회의록을 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 환경부가 종료해 달라고 했다’는 발언이 종종 등장한다”면서 “결국 환경부가 의원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이 다 됐다고 주장하자 국회는 이때다 싶어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권한을 사참법에서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김선홍 상임회장은 “1,613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피해인정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3,000여 명이나 존재한다”며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이 SK와 애경 등에 대한 무죄선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라도 환경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국회는 사참위법을 재개정해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을 규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사참위 활동기한 연장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사참법) 개정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은 진상규명이 완료됐다’고 강변했다”며 “하지만 무죄판결을 계기로 ‘진상규명이 완료됐다’는 환경부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환경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과오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대참사를 축소시키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국회의원 다수와 여야정당 대부분이 환경부 입장만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사참위는 지난해 이뤄진 사참법 개정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권한마저 빼앗겼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는 사참위 인적 쇄신, 이중에서도 특히 가습기 소위의 인적 청산을 촉구하며,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축소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또한 촉구한다”며 “물론 진상규명 활동은 환경부가 주도해선 안 된다. 사참법에 진상규명 권한을 보장하고, 사참위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습기 참사 소위가 주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만 해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4명이 추가로 사망해 총 사망자가 1,609명에서 1,613명으로 늘었다. 지난 1월 15일 기준 피해 신고자는 7,183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1,613명이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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