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의 시간 ‘개성공단 폐쇄 5년’

조나리 기자 승인 2021.02.11 13:52 | 최종 수정 2021.02.11 13:54 의견 0

지난 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차량시위를 나서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2월, 우리 정부의 기습적인 발표로 가동이 전격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5년을 보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조차 없자 상심은 더욱 컸다. 그동안 ‘공단 개재’를 외쳤던 입주기업인들이 이제는 ‘공단 청산’을 외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 힘들다면 차라리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입주기업인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종로구 효자동 효자공영주차장에 집결, 통일대교 남단까지 차량 시위를 벌였다.

한 입주기업인은 차량시위와 관련 “통일대교는 우리가 늘 출퇴근하던 길이었다”면서 “원래 우리는 개성까지 가려고 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허락을 안 해주니까..”라며 씁쓸해했다.

이날 신한용 개성공단공동비대위워장은 기자회견에서 “공단 재개는 기약이 없고 남북교류협력은 모두 닫혔다”면서 “5년 동안 우리 개성기업인들은 하나 둘씩 쓰러져갔지만 위법한 공단 폐쇄에 대해 정부의 어느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았고, 우리는 잊힌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고 공단이 재가동 할 때까지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부가 공단을 재개할 의지가 확고함을 분명히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장은 이어 “전 정부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며 “이 모든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청산하고 정책변경으로 발생한 기업의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입주기업인들은 2016년 4월 정부를 상대로 위헌확인을 위한 헌법소원도 제기했지만 5년째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이라며 답답해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비상대책위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정기섭 위원장은 “공단 폐쇄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대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개성기업들은 경영난이 극심하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을 포함해 30% 이상의 기업은 사실상 폐업상태고,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기재부와 통일부는 유동자산 피해에 대해 추가지원을 무기 삼아 입주기업인들의 의사에 반해 정부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아냈다”면서 “이후 마치 기업피해지원을 마무리한 것처럼 포장한 것은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횡포였음을 뒤늦게라도 아셔야 한다”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50년간 자율적인 기업경영과 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허허벌팔이던 개성에 공장을 세웠다”면서 “박근혜정부에서도 2013년 북과 함께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하루아침에 약속을 깨고 공단을 폐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곧 개성공단이 열릴 것이란 희망으로 버티고 기다려 왔지만 하노이회담 결렬 후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은 희망고문이 됐다”며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을 포기하기 전 정부의 의지를 묻고 싶다. 공단의 청산과 보상을 주장해야하는지 아니면 더 길어질지 모르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버텨야하는지 가르쳐달라”고 호소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저작권자 ⓒ 취재룸J,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