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대법원에 사법피해자들의 흉상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취재룸J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명예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진상규명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과정이며, 명예회복만이 이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과거사 규명은 한시적일 수 없으며, 상당한 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픈 과거사 통해 교훈 얻어야”
선감학원과 삼청교육대 피해자인 한일영 선감학원 국가폭력 아동피해자 협의회 홍보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숨어 지내는 현실을 지적하며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피해자들 명예회복 시켜주는 것은 배·보상 하는 걸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한 명예회복은 앞으로 다시는 뭐 삼청교육대 부활이니 이런 소리가 안 나오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도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족들 입장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며 “이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피해자들을 보는 시선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피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는 “가장 많이 이번 과거사위원회 문을 두드린 사람들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라며 “1950년에 태어났다고 해도 벌써 70세인데 이분들이 평생을 온갖 차별과 빨갱이 낙인으로 사셨다. 더 늦기 전에 빨리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를 규명하는 일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과거사 단체들은 “암흑의 역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것.
송운학 상임대표는 “우리가 왜 이런 길을 걸어왔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면서 “서로들 과잉대응 해온 것이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데 죽였던 것처럼. 이런 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보고서 하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즉 한시적인 기구로는 안 된다”면서 “과거사정리는 지속적이야 하며, 배상 얼마 해주고 끝내는 식으로 풀어선 결코 안 된다. 다만 우리가 왜 70~80년 전 시대를 규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윤호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은 “우리나라는 법치국가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이지만 완전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면서 “외국에 자꾸 과거사 청산하라고 하는데 자국 내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고 외국에 과거사를 청산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떳떳하게 외국에도 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게 과거사를 청산한 국가”라며 “그럼에도 지금도 과거사 청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해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규명될 수 있어도, 화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말한다. 왜 일까?
조종주 사무처장은 “죄를 지을 때는 내 행위가 옳다는 자기 암시를 반드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깨우쳐서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라고 하지만, 화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화해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당당하게 ‘나는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배경에는 실제로 직접 총으로 죽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책임 없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분명히 가해자가 있고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그만큼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기까지는 크게 작게 협조했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두 밝혀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다 드러나야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며 “방아쇠를 당긴 사람, 방아쇠를 당긴 사람 옆에 있던 사람, 시킨 사람, 시키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 최종 결정권자까지 모든 것이 다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주 사무처장이 말한 ‘모든 사람들’에는 당시 법조인들까지 포함된다. 그는 민청학련 사건을 언급하며 대법원에 사법 피해자 8명의 흉상을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라는 거죠. 당신들이 부역을 해서 이 사람들이 죽었다”라며 “제일 좋은 것은 대법원에 들어가면 현관 로비에 모든 사법 피해자들의 흉상을 세워두는 것이다. 볼 때마다 ‘우리가 잘못하면 누군가 죽는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깨우쳐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을 본적 없다’던 그였지만,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종주 사무처장은 “개인적인 바람일수도, 녹화공작 피해자들의 바람일수도 있는데 우리를 끌고 갔던 사람들, 우리를 고문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성실하게 법적으로 하자없이 한 일들’이라는 그 일이 얼마나 문제인지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배상은 당연한 의무... 피해자 트라우마도 돌봐야”
윤호상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은 취재룸J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민간인을 학살하고 70년을 방기해놓고 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는 지난해 2기 과거사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배·보상 조항이 제외해 과거사 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국가가 배·보상 논쟁을 일으킬수록 피해자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한일영 선감학원 아동학대 협의회 홍보위원장은 “일반 사람들은 폭행을 하든, 자동차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든 그에 따른 책임과 배상을 다 진다. 그게 상식인데 국가는 예외라는 건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어디서는 ‘돈 타려고 그러냐’는 말이 나온다”면서 “그럼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가하고 인권침해를 했는데 ‘미안하다’그러면 끝나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한일영 홍보위원장은 이어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연구도 하고,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국가가 옛날에는 잘못했지만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런 게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바람을 전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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