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는 취재룸J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조직적이고, 피해자가 많은 점을 제외하고는 n번방 사건은 이전부터 늘 있었던 범죄"라고 말했다. /사진=취재룸J
검찰은 성범죄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로 10여 년을 활동했던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에게 n번방 사건 피해자 지원을 요청했다. 1년 여간 이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들의 재판에 참석했던 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좀 더 조직적이고, 피해자가 많은 점을 제외하고는 n번방 사건은 이전부터 늘 있었던 범죄”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처음 수사단계 때 맡았던 피해자는 26명이었다. 그러다가 그 중 7명 정도가 공대위 변호사님이 지원해주는 쪽으로 넘어갔고, 재판 단계에서 추가로 선정된 피해자가 10명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미성년자였다”며 “추가된 10명의 피해자는 조주빈 피해자는 아니고 공범인 거제시청 공무원 피해자들이다. 재판은 다 n번방 사건으로 묶여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팀은 텔레그램 닉네임 ‘박사’ 조주빈을 비롯한 38명의 조직원이 총 74명의 청소년 및 성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범죄 수법과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과거 조직폭력 사건에나 적용되던 ‘범죄단체조직죄’를 디지털성범죄에 처음 적용해 가해자들을 기소했다.
74명의 피해자 수와 관련해 조주빈이 재판장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조주빈이 재판에서 ‘기사를 보니까 피해자가 74명이던데 내가 검찰 기록에서 본 피해자는 36명밖에 안 된다. 수사기관이 거짓말 한 거 아니냐’라는 말을 했다”며 “처음에 피해 진술을 했던 피해자가 제가 맡았던 26명이고, 이후 피해자가 추가되면서 36명의 피해자가 기록에 남았고, 압수한 조주빈의 휴대폰에서 확인된 구별가능 한 피해자수까지 합치면 74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주빈은 재판장에서 거리낌 없이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재판에서 조주빈의 태도가 보도되기도 한 이유다.
신 변호사는 “형사 30부에서 조주빈 사건을 맡았는데 2차 가해 우려로 거의 비공개 재판을 했다. 때문에 조주빈을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만 볼 수 있었다”면서 “조주빈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매번 재판에서 자기 할 말 다 하고, 떨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형사 31부에서 진행하는 강훈(부따) 재판이 공개재판이었는데 그때 조주빈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며 “그날 처음 본 조주빈의 태도에 방청객들도 당황했었다. 지금도 당당하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몇 일 전에 보니까 머리는 잘랐더라”라고 전했다.
조주빈은 재판장에서 거리낌 없이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취재룸J
신 변호사에 따르면 n번방 사건 이후 다른 디지털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형량도 이전과 비교해 무거워진 추세다. 조주빈 역시 이례적으로 1심에서 총 4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역시 범죄단체조직죄가 빠졌다면 대폭 줄었을 것이라고 신 변호사는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n번방 사건 기소 전에 아동청소년성이용음란물제작죄(현재는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제작죄로 바뀌었다.) 사건을 맡은 적 있다”며 “한명의 피고인이 10여 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촬영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추행 등이 발생한 사건인데 합의를 하니 2년 6개월 집행유예가 나왔다. 과거에는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조주빈 사건이 터지고 그 무렵에 다른 사건으로 가해자 한명이 2~3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건이 있었는데, 합의를 했음에도 7년 정도 선고됐다”며 “그걸 보고 조주빈도 어느 정도 나오겠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이어 “당시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되지 않았다면 그 무렵 나왔던 재판들을 고려할 시 조주빈도 20년 정도 나올 것으로 봤다”며 “나머지 공범들도 범죄단체 활동죄, 가입죄가 붙어서 10~15년 정도 선고되는 걸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심 선고가 나온 피고인들의 경우 대부분 항소가 진행중이고, 최근 1심에서 34년형을 선고받은 박사방 원조격인 n번방 운영자 문형욱(갓갓)도 항소를 했다. 물론 검찰 또한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를 한 상태다. 일부 피고인들의 항소 이유가 받아들여질 경우, 형량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항소를 한 피고인들 중에는 형량이 과하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한 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일부 사진과 영상은 협박해서 취득한 게 아니라던가,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또는 본인은 범죄단체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도 하고 있는 상황”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피해자 중 처음에는 텔레그램으로 (가짜)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진과 신분증을 찍어서 보낸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은 협박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즉 언제부터 협박으로 취득한 영상이냐 하는 문제인데, 피고인 측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묻고 싶어하는데 피해자들은 법원에 나가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증거수집도 위법으로 판명나면 그 증거물을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으니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형량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쟁점이 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후속 보도에서는 신진희 변호사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들여다 볼 예정이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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