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의 날 5.25] ③ 가족들의 마지막 희망 ‘시설 전수조사’

조나리 기자 승인 2021.05.25 13:24 | 최종 수정 2021.05.25 13:28 의견 0

5월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실종아동 부모님들의 시간은 수십년 전 아이를 잃은 그날에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실종아동일 수 있는 분을 알고 계신 분이나 당사자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아동권리보장원(02-777-0182), 실종아동찾기협회(02-774-0182), 실종신고센터(국번없이 182)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800여명의 장기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큰 기적을 만듭니다. <편집자주>

실종아동 부모들은 전국의 모든 아동보호 시설 및 입양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실종 가족들의 주장이다.

요즘과 같이 철저히 관리가 되지 않던 시절의 아동 보호 시설 역시 아이를 찾는데 걸림돌로 거론된다. 장기실종 아동이 시설에 있다가 해외로 입양된 경우 시설 측에서 가족 간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김승환 탐정도 실종아동을 찾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자주 겪었다. 실종 후 해외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하고 입양기관 측에 주소 등을 문의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고. 김승환 탐정은 가족들의 사정을 설득한 후에야 “미국에 있다”는 정보를 얻은 후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 탐정은 “해외로 입양을 간 사실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기관 측에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되면 더 만나고 싶어 하는데 주선을 해주지 않으니 상처만 더 받는 일이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80년대 당시는 아이를 팔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가 나오면 자기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시설 측에서 협조를 잘 안 한다”면서 “한 사건은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장이 찍혀서 입양이 됐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부모가 찾아가니 시설 측에서 부모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종용하더라. 부모는 찍어주면 뭐라도 도와주지 않을까 결국 도장을 찍어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전문기관이 아닌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잃어버린 아들을 만난 사례도 있다. 실종 가족들의 노력으로 경찰의 입양 시설점검 시 부모가 동행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 후 5살에 실종된 전순학 씨를 찾았다. 40년 넘게 아들을 찾아다닌 어머니는 시설에 남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단번에 아들을 알아봤다고 한다. 순학 씨는 미국으로 입양돼 현재는 50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실종아동 전문기관은 순학 씨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서기원 실종아동협회 대표는 이에 대해 “순학이를 찾았음에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주소도 연락처도 받지 못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홀트 측에서 연락처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서기원 대표는 실종아동협회 자문위원인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에게 이 같은 사정을 알렸고, 이건수 교수의 인맥을 통해 순학 씨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그러나 순학 씨는 한국에서 부모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서기원 대표는 “처음에는 ‘나를 버려놓고 왜 찾냐’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버린 게 아니고 실종되서 찾고 있던 건데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결국 어머니가 수십년 아들을 찾기 위해 방송을 출연했던 모습들을 편집해 미국에 보냈고, 이를 보고 마음을 열었다. 그 기간이 1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40여년 만에 실종된 아들을 찾은 김은순 씨. 김씨의 사례는 실종 가족들의 희망이다. /사진=실종아동찾기협회 방송 미씽유

이어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협회가 실종아동찾기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아이를 찾기 위함도 있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순학 씨 사례는 실종 가족들의 희망이다. 이에 전국의 모든 아동보호 시설 및 입양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실종 가족들의 주장이다.

서기원 대표는 “경찰에서는 매년 정기점검을 통해 조사가 다 됐다는 입장이지만, 순학 씨 사례만 봐도 조사가 부족하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냐”면서 “개인적으로는 95% 이상이 시설에 있다가 입양됐다고 본다. 예산을 세워서 제대로 조사를 한다면 거의 다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꽃동네를 비롯해 모든 시설의 입소파일과 퇴소파일을 전자문서화하면 실종 부모들이 시설을 찾으러 다니지 않고 검색을 통해 아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해달라고 거의 10년 정도 국가에 예산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탐정 역시 “실종 당시는 애들이지만 지금은 성인이다. 입양이 안 됐다면 정신병동이나 격리병동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이들 병동의 명단을 전부 확보하지 않았다”면서 “담당하시는 경찰분들 만나보면 열심히 하신다. 그런데 지원이 거의 없어서 본인 돈으로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신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실종자는 많고, 그에 비해 수색 인원도, 장비도, 예산도 부족한데 담당 경찰도 몇 년 뒤 다른 부서로 돌아간다”며 “어느 정도 맥이 잡힌다 싶으면 가버리고, 다른 사람이 와서 인수인계 받아서 분석하다 보면 또 1년 2년이 가는거다”라고 꼬집었다.

실종아동 가족들은 국민 개개인과 정부의 관심을 호소했다.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담 수사팀과 이를 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서기원 대표는 “가장 큰 요구는 수사다. 전담팀을 만들고, 활동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늘렸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본다. 부모들만 주장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SNS에서도 실종아동 글을 크게 관심을 못받는데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실종자 부모님들은 일도 못 하는데 벌어서 전단지 만들고 차량 운행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닌다. 모아둔 수입은 당연히 없고 정작 탐정이라도 고용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데 할 수 있겠는가. 이는 국가가 나설 일이다.”

김승환 탐정 또한 실종아동을 찾는 일은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계가 어려운 부모들이 전국을 떠돌며 아이를 찾는 일은 너무 어렵다는 이유다. 또한 더 이상의 아동실종을 막기 위해 자기 주변 모든 아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승환 탐정은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만 관심을 기울여도 아동 실종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며 “과거 사건은 해결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끊어지면 실종아동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 일이라고 생각하고 법을 만든다면 누가 봐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며 “법안을 만들 때도 내 자식이 없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만들면 자연스럽게 법안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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