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실종아동 부모님들의 시간은 수십년 전 아이를 잃은 그날에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실종아동일 수 있는 분을 알고 계신 분이나 당사자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아동권리보장원(02-777-0182), 실종아동찾기협회(02-774-0182), 실종신고센터(국번없이 182)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800여명의 장기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큰 기적을 만듭니다. <편집자주>
호주는 각 주마다 자국민의 실종사건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다. 조사원은 공인자격을 갖춘 탐정들로, 남성 조사원과 여성 조사원, 차량 1대가 한 팀으로 구성돼 있다. 호주는 탐정 제도가 있는 나라 중에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컨대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을 집행할 수도 있으며, 불법행위를 제외하고 경찰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대부분 탐정이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줬다.
국내에도 호주공인탐정이 있다. 해외 사건·사고를 조사하고 실종아동찾기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승환 탐정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취재룸J는 김승환 탐정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실종아동 수색 문제들을 짚어봤다.
김승환 탐정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기실종자를 찾기 위한 탐정 활동은 여러 제약이 따른다. 민간조사원신분으로 실종자를 찾다 보니 시민이나 시설의 협조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승환 탐정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협조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건데 사실 협조를 받는 게 어렵다”면서 “반면 호주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수색팀이 제복을 입고 실종자를 찾기 때문에 시민들이 협조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전문 수색팀과 실종가족이 현장검증을 하기도 한다. 현장검증을 통해 비로소 아이가 사라진 순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김승환 탐정의 설명이다.
호주는 실종자 수색 기관은 각 주마다 두고 있는데,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김승환 탐정은 “동생이 집을 나갔다는 의뢰를 받았는데 부산이 있던 친구였다. 그러면 저는 부산까지 가야 한다”면서 “반면 전국망이 갖춰져 있다면 바로 부산에서 수색을 시작 할 수 있다. 경비와 시간이 모두 절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장기 아동실종 사건과 대해 김승환 탐정은 불분명한 방법으로 해외로 입양이 됐거나 외부의 압력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 것으로 봤다.
그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들이 여자를 잡고 ‘내 마누라다’ 이러면 다 피했던 시절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라고 하면 확인도 안했을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한패가 돼서 도망가면 잡아오고 이런 일이 실제로 있지 않은가. 해외 입양도 밀항으로도 갈 수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큰 아이들의 경우는 자기 집을 얘기 할 수도 있는데 왜 못 찾아오겠는가. 무언가 외부적인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또는 실종 당시 어른이나 경찰에 대한 공포감에 말을 못했을 수도 있다. 경찰에 의해서 집이 아닌 보호기관으로 보내진 아이들도 상당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과거 장기실종의 경우 대부분 범죄와 관련돼 있을 것이라고 김승환 탐정은 추측했다. 그는 “유괴·납치로 인한 실종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대부분 해외로 강제 입양됐을 것”이라며 “또는 실제로 과거에는 아이가 없는 경우 유괴하는 사례가 왕왕 있었다. 갑자기 어느날 부부가 사라졌다가 출산하고 왔다고 나타난 경우 조사를 했다면 해결됐을 사건도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가출 또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김승환 탐정의 생각이다. 성인의 가출은 어린이 실종과 달리 대부분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돌아올 가능성도 적다. 그러나 청소년의 가출 중에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상당하다고 김승환 탐정은 말했다. 또한 청소년의 가출은 범죄를 낳고 이는 결국 실종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왕따나 학교폭력,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간 애들은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얘들이 나와서 어디에 있겠나. 결국 범죄로 빠진다”면서 “과거에는 남자 아이들은 가출하면 보통 주유소로 갔다. 재워주고 밥도 주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아이템 팔고, 오토바이 절도하고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정말 나쁜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다. 그래서 가출한 애들은 꼭 찾아야 한다”며 “그리고 아이가 집을 나간 이유를 알아보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줘야 또 다른 범죄와 실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탐정은 장기실종 아동 중 국제 고아로 살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사례는 해외로 입양이 됐다가 파양된 경우다. 그럼 아이는 국제고아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도 아니고 외국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고 이 아이가 어디서 살겠나. 그렇게 떠도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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