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실종아동 부모님들의 시간은 수십년 전 아이를 잃은 그날에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실종아동일 수 있는 분을 알고 계신 분이나 당사자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아동권리보장원(02-777-0182), 실종아동찾기협회(02-774-0182), 실종신고센터(국번없이 182)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800여명의 장기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큰 기적을 만듭니다. <편집자주>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이하 협회)는 1995년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가족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단체다. 당초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이었던 협회는 실종아동 부모들의 노력으로 여러 법률 제정을 이끌기도 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실종 아동 등의 발견 및 유전자검사 등에 관한 규칙>의 제정,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실종아동 신고 일원화를 위한 경찰청 182센터 추진 등이다. 이외에도 실종 가족과 사립 탐정이 진행하는 수색 활동과 경철청과의 업무협약에 따른 수사 활동도 추진해왔다.
2008년부터 협회 대표를 맡아온 서기원 대표는 그 역시 1994년 10살 때 사라진 딸 희영이를 찾고 있는 아빠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협회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그는 “그럼에도 부모기 때문에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서기원 대표는 “실종아동찾기협회는 1995년 실종가족들이 아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고아원 등 각종 보호시설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됐다”며 “서로 정보도 주고 받고 자연스럽게 한 두명 모임으로 시작이 돼 시민들과 함께 NGO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지금의 사단법인이 됐고, 실종아동보호에관한법률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실종 가족들이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도 있었다. KBS 아침마당에서 주 1회 진행하는 <그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 협회에서 가족들을 섭외했고,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임했다. 그러나 방송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오래가지 못했고, 방송 출연을 못한 가족들은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협회 측은 타 방송국에 프로그램 신설 요청을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협회 사무실에 자체 스튜디오를 차리고 협회 차원에서 실종 가족들을 찾기 위한 인터넷 방송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코로나19와 운영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에 대해 서기원 대표는 “사실 오늘도 협회 대표 일을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다. 매일 딸 희영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는 자체도 힘들다. 그럼에도 부모님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안할 수가 없다”며 “인간의 한계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로 힘들고 부모님들은 늘 어두움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협회 대표를 맡게 된 계기 역시 부모들과 아픔을 공유한 경험 때문이다. 2007년 신학 공부를 하던 중 서기원 대표는 실종가족 부모들과 함께 위로의 시간을 갖기 위해 제주도로 갔다. 그날 서 대표는 실종아동 부모들과 곡소리가 날 정도로 함께 울었다. 다음날이 되자 부모님들의 얼굴이 한결 편해진 것을 본 서 대표는 다음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
부모들을 돕고 아이를 찾겠다는 의지와 달리 협회 운영은 쉽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곳 사무실 보증금도 다 없어져 버리고 남은 게 없다. 현재 명도소송 중”이라며 “당장 비워줘야 할 입장인데 이 상황에 또 보증금을 구해서 새로 이사를 해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 끌고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 대표가 협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사라진 딸 희영이 때문이다. 1994년 4월 27일 전북 남원에서 실종된 당시 10살 희영이. 집 앞 50m 떨어진 놀이터에 다녀온다던 희영이는 그 후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희영이가 사라진 날 경찰은 “기다려보자”고 했다. 당시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서 대표는 경찰들과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희영이가 사라진 당일 “검문소를 차단해 달라”라는 서 대표의 애원에도 경찰은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날 급하게 만든 전단지와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붙이고 방송국에 희영이 실종을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야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희영이가 사라지고 3일째가 된 날 경찰은 서 대표의 집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걸고, 놀이터에서 희영이를 봤을 법한 아이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탓에 아이들의 기억도 뚜렷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실종사건에 프로파일러들이 바로 투입이 안된다”면서 “지금에 와서 후회스러운 것은 바로 공개를 했던 거다. 유괴라든지 어떤 범죄로 아이를 데려갔다면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연락도 없이 27년이 흘러버렸다”라고 씁쓸해했다.
협회는 실종아동보호에관한법률 제정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수차례 개정에도 힘썼다. 서기원 대표는 협회 대표를 맡은 직후 해당 법안을 살펴보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발견하게 됐다.
서 대표는 “실종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시설이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벌금 300만원만 내도록 돼 있더라”면서 “법은 만들어졌는데 터무니없는 법이 만들어 진 거다. 또 법이 만들어질 당시 희영이 같은 경우는 나이상 성년이 되다 보니 실종아동이 아닌 가출인으로 되더라. 실종아동 홍보 포스터에 희영이 얼굴이 한 번도 안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몇 번의 개정을 거쳐서 시설이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될 시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1,000만원에서 3,000만원에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바꿨다”면서 “또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 실종자는 모두 실종아동으로 정의를 바꾸고 일정기간 시설에 입소했다가 입양간 아이들 역시 실종아동으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서기원 대표는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실종아동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주변의 관심이라는 것.
“실종 부모들의 목표는 단 하나,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찾는 겁니다. 근데 이 아이들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적 관심이에요. 적게는 몇 년에서 몇 십 년 지났지만 당시에 누군가는 사건을 본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제보를 해주셔야 경찰도 수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분들이 제보를 할 수 있도록 국민적 힘을 모아주시면 우리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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