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노예 pc방 사건... 그곳엔 무슨 일이 있었나

조나리 기자 승인 2021.06.18 15:51 의견 0

화순 노예 pc방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부모가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화순 노예 pc방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부모가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화순노예PC방진상규명을위한시민사회모임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PC방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아르바트생을 감금하고 폭행해 온 사업주가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며 “사업주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화순 노예 pc방 사건은 pc방 사장인 30대 이모 씨가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들에게 동업을 하자며 꾀어내 동업 계약을 맺고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자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사장에게 출퇴근 보고는 물론 수시로 매출을 보고하고, 매출이 저조할시 매질까지 당했다. 동업을 위한 투자금은 피해자들의 급여에서 차감됐고, 사업주는 동업 계약서를 이유로 민형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피해자들은 무단결근 시 2,000만원의 배상금을 낸다는 불공정 계약을 맺기도 했다. 부모와의 연락 또한 사실상 자유롭지 못했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부모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뒤늦게 사실을 접한 부모들이 신고를 해 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

이에 전남 화순경찰서는 특수상해, 특수폭행, 감금, 협박 등 혐의로 PC방 업주 이 씨를 조사해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이 씨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결정,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재룸J는 피해를 신고한 6명의 피해자 중 한 피해자의 아버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들어봤다.

현재 피해자 대표를 맡고 있는 A씨는 “오랜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가 꺼져있었다. 뭔 일인가 했는데 그날 저녁 아내에게 연락이 와 잘 있다고 했다고 들었다”면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또 꺼져있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무슨 일 있냐’고 문자를 남겼고, 다음날 일어나니 새벽에 아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날 아들의 전화를 기다린 A씨는 오후에야 아들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았다. 이에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의 부모들과 접촉해 법제처 피해자보호센터에서 구조를 위한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라는 센터 측의 설명에 다시 화순경찰서로 가서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우리는 경찰서에 가서 수사관에게 사건을 접수하러 온 게 아니고 지금 당장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자 경찰은 부모들끼리 가라고 했다. 다 큰 청년들이 못 나오겠냐고 하더라. 그러나 부모들만 가면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옆에 동행만 해달라고 해서 함께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합숙 중이라는 아파트로 가보니 문이 잠겨있고 기척이 없자 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어서 철수하려는 순간 한 아버지에게 아들이 ‘15’라는 숫자가 적힌 문자를 보냈다”면서 “경찰이 15층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바로 15층으로 올라갔고 옥상 문이 잠겨 있어 15층에 모여 있던 피해자 3명과 가해자를 발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자 부모들은 자녀가 저녁 8시에 출근인 것을 알았기에 분명히 합숙소에서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가해자는 우연히 1층에 순찰차가 온 것을 보고 자고 있는 피해자들을 깨워 15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나이는 대부분 20대로 사회초년생들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pc방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 악몽의 시작이 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업주는 아르바이트로 취업한 피해자들에게 ‘인간성이 괜찮다’며 동업을 권유했다. “2년만 열심히 하면 pc방 사장이 될 수도 있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한 업주는 동업을 위한 투자금을 자신이 빌려주거나 급여에서 차감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계약서에 발이 묶인 피해자들은 이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일거수일투족 업주에게 보고를 하고, 말투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욕을 먹었다. 또 지어온 밥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개의 변을 먹으라는 강요에 머뭇거린다고 폭행을 당했다. 한 피해자는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심하게 맞아 피부가 괴사하기도 했다.

A씨는 “아이들이 12시간 이상 매장에서 근무를 했고, 출퇴근 시 이동 시간도 있어 합숙소에 오면 자느라 바빴다”면서 “조금만 늦으면 업주가 질책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또 계약서를 빌미로 조폭과 조선족을 운운하며 도망가면 가족들도 가만두지 않겠다며 수시로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 6명이 함께 모여있던 게 아니라 교대 근무를 섰기 때문에 합숙소에 있던 시간이 달랐고, 폭력에 노출되면서 무기력해졌던 거 같다”며 “지금도 스트레스로 다들 몸무게가 줄고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피해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현재 업주 측은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이 자의에 의해 근무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경찰이 긴급체포를 통해 잘 조치를 했는데 검찰이 가해자에게 시간을 준 꼴이 됐다”며 “지금 업주는 상황이랑 주변정리도 다 마쳤다고 들었다”고 검찰의 불구속 수사를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 다시는 우리 아이들같은 피해자가 없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청에도 pc방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진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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