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뵙지 못한 아버지... 72년의 한 풀어드리고 싶어”

조나리 기자 승인 2021.10.27 17:21 | 최종 수정 2021.11.23 16:05 의견 0

26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동에서 한국전쟁 당시 부역혐의자로 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된 100여명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진행했다.

“한달 후면 태어날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른 채 억울하게 총살로 학살을 당하신 아버지. 72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미약하나마 조그만 원혼비라도 세워놓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현생에서 뵙지 못한 아버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정금모 김포검단 유족회장 추모사

26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동에서 한국전쟁 당시 부역혐의자로 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된 100여명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진행했다.

윤호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의장이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다.

행사에는 중앙유족회 집행부유족 17명과 검단 피학살자 유족 6명, 목격자 등이 참석했다. 위령제가 열린 이곳에서 학살된 32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사건을 접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유복자로 태어난 정금모 김포검단 유족회장은 이날 추모사를 낭독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추모사를 통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3일 만에 이곳 김포 반도가 적군에게 점령됐고, 군민들은 적군의 공포스러운 통치를 받아야 했다”면서 “이후 유엔군의 수도권 탈환이 시작되고 군민들은 적군점령 치하에서 벗어나 기쁨으로 국군과 경찰을 맞이했으나 정부는 군민들을 부역혐의자라고 낙인찍고 학살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부모, 형제와 가족들을 뒤로한 채 철사 줄에 묶인 채 적군이 아닌 아군의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금모 회장의 아버지는 당시 어머니와 아내, 9살, 5살 아들과 2살 딸, 만삭의 태어날 자식을 남겨둔 채 부역혐의로 희생됐다. 그는 생전 아버지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정 회장은 “아버지가 희생되신 후에도 우리 자식들 역시 말 못할 수많은 시련 속에서 살아야 했다”면서 “그나마 시간이 흘러 국가가 잘못된 과거사를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음 생이 있다면 아버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유족들과 원불교김포교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원불교김포교당의 후원을 받았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피해 유족들을 위로하는 조화를 보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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