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I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전국 통합수사를 촉구하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부터 여의도 국회까지 행진 시위를 벌였다.
지난 19일 오후 2시 경찰청 앞에서 금융피해자연대와 120여명의 MBI 피해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MBI 사건 피해자들로,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경찰 차원의 전국 통합수사를 촉구했다.
MBI 사건은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국제 사기 사건으로, 한국과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서 10조원대 피해를 양산한 대규모 불법 다단계 사건이다. 한국 내 피해자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MBI 모집책들은 광고권 구매와 암호 화폐를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 중화권에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나 실상은 피해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불법 다단계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게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현재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는 물론 200여명이 집단 소송을 제기,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집단 소송을 대리한 성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태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을 맡은 지 2년이 됐는데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절차가 지연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까지 고소인은 200여명, 피고소인은 100여명, 피해액은 150억원 이상 추산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서부지검을 거쳐 국회로 향했다. 이날 모인 피해자들은 현재 서울서부지검장인 이종근 검사장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2016년 당시 수원지검 이종근 부장 지휘하에 전국 통합수사가 실시됐지만, 상위 간부 2명만이 사기죄가 아닌 방문판매법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후 MBI 모집책들은 “사기죄가 무죄”라며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냈고, 현재의 피해액에 이르게 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날 서부지검 앞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이종근 검사장을 향해 책임지라며 소리쳤다. 대전에서 온 한 피해자는 “지난해 MBI 피해자들에게 100통의 편지를 받아 당시 추미애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 문재인 대통령, 박재호 의원,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이종근 검사장에게 각각 보냈다”면서 “그런데 이종근 검사장만 편지를 그대로 저희 집으로 반송했다. 그때 참 상처를 받았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겪으며 처음으로 서민으로 살기 힘들다고 느꼈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돌아가시는 상황에도 아무도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정말 서럽다”고 호소했다.
서부지검 종합민원실에 진정서를 접수 한 후 국회로 다시 출발한 피해자들은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를 잘 해주시길 바란다”면서 “지금도 많은 금융 사기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피해금을 회수 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초 오후 5시 국회 도착 예정으로 시작했던 행렬은 조금 이른 오후 4시 30분 즈음 끝이 났다. 여의도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국회 100m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사기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마무리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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