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대통령님과의 만남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文정부에 마지막 호소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

조나리 기자 승인 2022.04.04 13:18 | 최종 수정 2022.04.04 13:22 의견 0

지난 3월31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취재룸J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며 임기 막바지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지막 서한문을 전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난 3월 31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5년’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여는 발언에 나선 송경용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정책위원은 “오늘까지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데 매우 소극적이었고, 유해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은 진전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는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라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여전히 실종선원 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경용 정책위원은 또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40일 동안 스텔라데이지호 해결을 위해 정부에 대해 대책을 촉구할 것”이라며 “아울러 차기 정부 또한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과 2022년도 예산안에 명시된 부대의견 16번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도 예산안 부대의견 16번에 따르면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관련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발표 등을 바탕으로 2차 심해수색에 필요한 예산을 지체 없이 지원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

이날 기자회견에는 스텔라데이지호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속 서채완 변호사도 함께 했다. 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측 관계자들을 기소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2주를 앞두고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임완중 대표 등 임직원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서채완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2주를 앞두고 관련자들을 기소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위가 그간 직접 조사하고 자료를 찾아 검찰에 제출하면서 얻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왜 5년이 지나서야 시작했는지 너무 아쉽다”면서 “우리 헌법은 재난과 재해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포함된다. 정부는 향후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마지막 서한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취재룸J

서 변호사는 또 2차 심해수색을 위한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기재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다.

그는 “공무상 업무로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수색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이 아닌 금전을 우선시하는 태도”라며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헌법상 재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1차 심해수색 당시) 배가 가라앉은 곳에서 선원들의 유해가 확인됐다”며 “그곳에 국민이 있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면서 기재부의 태도에 분노를 나타냈다.

이어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아직도 사고가 나면 바다에 수장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들은 실종자입니까. 아니면 일하다 죽은 노동자 입니까. 이제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5년째 정부에 실종자 수색을 요구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아픔이 여전하며, 가습기 참사 피해자들이 단식하는 세상이다. 우리 가족들은 봄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마음으로 나선 또 다른 가족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은 물론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산재 유가족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원이었던 허재용 씨 어머니 이영문 씨가 발언을 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임경빈 군 어머니 전인숙 씨는 “촛불로 일어난 정권이라 생각했기에 희망고문은 더 잔인했다”며 “검찰이 제대로 잡아줄 줄 알았지만 ‘기다리라’는 답변으로 5년을 보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씨는 “오늘은 진상규명을 해줄까, 오늘은 잃어버린 가족을 안아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간절히 기다리며 청와대로, 국회로, 법원으로 몸이 부서져라 다녔다”면서 “얼마나 더 간절해야 합니까. 얼마나 더 슬퍼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님,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서한문을 1호 민원으로 접수한거 기억하고 계시냐”며 “오늘 마지막 서한문을 전달한다. 외면하지 말고 꼭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자였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 씨 어머니 이영문 씨는 발언을 시작하기 전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씨는 청와대 분수대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대통령님과의 만남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선만 되면 조속히 해결해 주겠노라 약속했지요. 세월호 가족과 우리들은 대통령 선거랑 기쁨의 환호성을 불렀다”며 “그러나 5년 임기가 다 끝나도록 여전히 우리는 청와대 분수대 앞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그 긴 세월 동안 늙은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거 밖에는 없었다”면서 “죽은 자식을 살려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유해를 찾아야 장례도 치르고 사망신고도 하고 편히 보내줄 수 있지 않겠냐”며 소리쳤다.

어머니의 절규에 허재용 씨의 두 누나들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영문 씨는 마지막으로 “제발 대통령 권한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을 하라고 말이라도 한번 해달라”며 “대통령을 믿었던 가족들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한문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취재룸J

“개조화물선 운항 승인해준 건 국가”

이영문 씨가 발언을 마친 뒤 끝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은 단순한 선박사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정책위원이자 426재단 상임이사인 박래군 위원과 전남병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국가와 기업의 위험방지 소홀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은 공무 중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한 ‘개조화물선 중 첫 침몰 사례’”라며 “개조화물선 30척을 운항하도록 승인해준 국가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를 대하는 방관자적 태도에서 안전제일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실종 선원 가족들 앞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9월 국무총리에게 심해수색 실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국무총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동일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그리고 국가는 선사 폴라리스쉬핑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담한 마음으로 참사 해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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