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I 주범 테디토우 태국서 체포... 피해자들 분통터지는 이유

조나리 기자 승인 2022.08.31 23:15 | 최종 수정 2022.09.01 13:29 의견 0

금융피해자연대와 약탈경제반대행동, MBI 피해자 100여명이 3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티토우 송환과 공범들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으킨 MBI(Mobility Beyond Imagination)의 설립자 테디토우(중국명 장위파)가 지난 7월 22일 태국에서 체포됐다. MBI는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국제 조직으로 소셜네트워크·가상 화폐 투자를 앞세워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대규모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전체 피해 금액으로는 10조원이상, 한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피해자와 5조원의 피해금을 양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주 중이던 테디토우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MBI 피해자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피해액도 피해자도 가장 많은 한국에서는 고작 5명이 구속되었을 뿐이고 최고형도 고작 4년”이라며 “테디토우가 체포됐음에도 한국 사법 당국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MBI 통합수사촉구 기자회견 영상)

국내 피해자 10만 명 양산한 테디토우
도피 생활 끝... 태국서 체포

금융피해자연대와 약탈경제반대행동, MBI 피해자 100여명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디토우 송환과 공범들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테디토우는 2016년 10월 30일 대만에서 사기죄로 체포된 후 2017년 6월 21일 말레이시아에서도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그 후 보석으로 석방된 테디토우는 도주 후 자취를 감췄고 지난 7월 22일에야 태국 경찰에 의해 다시 체포됐다.

MBI의 첫 국내 활동은 2012년 5월로 거슬러간다. 모집책들은 테디토우가 사기 혐의로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됐을 때도, 도주행각을 벌이고 있을 때도 사기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회사가 정상 운영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결국 검찰은 2016년 수원지방검찰청 지휘 아래 전국 통합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전국 수사가 무색하게 구속기소 된 모집책은 단 2명뿐이었다. 이들은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그마저도 2심에서 사기죄는 무죄가 선고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2019년 강릉지청에서 중간모집책 1명과 하위모집책 1명을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2심에서 방문판매법 위반은 무죄, 사기는 유죄를 선고 받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그나마 사기죄를 인정받았다는 것에 안도해야 했다.

하지만 같은 해 대구지방검찰청은 사기 혐의를 받는 또 다른 모집책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대표적인 부실수사와 부실기소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MBI 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또 있다. 바로 MBI 한국 총책 안성옥에 대한 대구지방검찰청의 처분이다. 안성옥은 2016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9월 체포됐다. 하지만 검찰은 안성옥에 대해 사기가 아닌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기소했다. 안성옥이 체포되기 5개월 전인 지난해 4월 15일 대법원은 중간 모집책과 하위 모집책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음에도 한국 총책이었던 안성옥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방검찰청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에서도 각각 하위 모집책 9명과 5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올해 2월에는 인천지방검찰청에서도 하위 모집책 2명을 사기죄로 기소했다. 게다가 안성옥은 올해 2월 15일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금융피해자연대는 이에 대해 “해외로 도피해 체포된 최상위 모집책은 사기로 기소도 되지 않고, 보석으로 석방까지 됐다”며 “2020년 9월 대만 법원은 MBI 모집책 20명에 대해 최소 징역 7년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한국이 사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 방관하는 사법 당국에 분통
말레이시아·중국, 테디토우 인도 요청

피해자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검찰와 경찰, 정부의 무관심이다. 테디토우가 체포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당국만해도 2017년 6월 테디토우를 체포하면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테디토우가 도주한 후인 2019년에도 MBI 명의의 91개 계좌와 1억7700만 링깃(한화 약 500억 원)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마카오 경찰 또한 테디토우에 대해 자금 세탁 및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를 내리기도 했다. 현재 중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테디토우 인도를 태국에 요청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문제는 우리 경찰과 검찰, 정부다. MBI 사기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국은 한국임에도 우리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테디토우의 송환을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은 테디토우가 체포됐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검찰은 물론이고 해외범죄수사를 책임지는 경찰청 외사국이나 인터폴 관련부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지금이라도 윤석열정부와 경찰 검찰은 테디토우의 인도와 국제 공조수사, 피해 환수에 나서는 것은 물론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라도 모집책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 앞까지 행진 시위를 벌였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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