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금융 사기 업체 MBI(Mobility Beyond Imagination) 피해자단체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한국총책에 대한 재수사 촉구와 검경수사합동본부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오후 2시 경찰청 앞에 모인 MBI 피해자들은 “피해자 단체가 고발한 모집책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경기남부경찰청이 최근 사건을 각 모집책들 관할 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했다”면서 “통합수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개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국제 폰지사기 업체 MBI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만 8만여 명의 피해자와 5조원대 피해액을 초래한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우연히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이 피해자단체가 들고 있는 MBI 규탄 피켓을 보고 자신도 피해자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시민은 취재룸J와의 인터뷰에서 “3~4년 전에 답십리센터를 통해 MBI에 투자를 했다”면서 “수억원의 돈을 날렸다. 당시 우리가 (사기 피해의) 막차를 탔다고 생각한다. 수익은커녕 나도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가 몇천만원을 내 돈으로 갚아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I 주범인) 테디토우도 잘 알고 있다. 당시 무슨 나무심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했다”면서 “호텔도 많고 땅도 많고, 전부 테디토우 소유라고 하더라. 나중에 돈을 달라고 하니 ‘테디토우도 사기를 당했다’는 소리를 하더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테디토우가 잡혔냐? 전혀 몰랐다”면서 “피해자단체가 있는 것도, 국내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 봐주기 수사, 경찰 부실수사, 정부는 수수방관”
피해자들은 10년 전부터 시작된 MBI 사건에 대한 수사는 부실 그 자체였다고 지적했다. MBI 수사는 2012년부터 시작됐고, 2016년 수원지검 지휘 하에 전국 통합수사가 처음 실시됐다. 하지만 검찰은 사기죄가 아닌 방문판매법위반죄로만 일부 관련자들을 기소했고, 최상위 모집책 두 명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이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019년에도 강릉지청에서 일부 모집책을 기소했지만 다른 검찰청에서는 모집책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분노한 피해자들이 항의하고 대법원이 중간모집책에 대해 사기죄를 확정하자 비로소 검찰은 일부 모집책들을 사기로 기소했다. 2014년 검찰에 소환된 한국총책 안모 씨는 그해 9월 해외로 도주했고 지명수배 7년만인 2021년 9월 체포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안씨는 해외 도주 중 국내 모집책들에게 지속적으로 업무를 지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안씨에 대해 해외 도주 전 국내에서 저지른 혐의만으로 기소했다. 안씨는 이 건과 관련해 4년 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분노한 피해자들은 지난해 대통령실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MBI 모집책들의 외화밀반출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검찰은 수사 개시라도 했지만 경찰의 부실수사도 심각하다”면서 “피해자들이 고소한 모집책들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은 1년 6개월 이상 시간을 끌다가 최근 사건을 모집책별로 각 관할 경찰청으로 이송했다. MBI는 전국 통합수사가 필요한 마당에 이 같은 조치는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각 모집책들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청마다 다른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모집책들에 대한 면죄부로 이어지기도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경찰은 모집책들의 사기 및 불법다단계 수사를,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과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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