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청구’ 누구? 책임론 치닫는 엘리엇 소송
엘리엇 소송에 대한 정부의 아전인수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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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17:35 | 최종 수정 2023.06.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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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에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한다는 중재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 “책임자에게 구성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 소송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약 690억원과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했다. 지연이자는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인 올해 6월 20일까지의 기간으로 5% 연복리를 지급토록 했다. 또한 엘리엇이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7479.87달러(약 44억5000만원)를 지급하고, 정부는 엘리엇에 법률비용 2890만3188.90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하도록 명했다.
배상금과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합하면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약 1,300억원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당초 엘리엇의 청구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으로 약 7%만 인용해 정부가 약 93% 승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7억7,000만달러는 엘리엇이 최초 주장했던 손해액이고, 최종적으로 엘리엇이 인정한 손해액은 4억825달러(5348억750만원)다. 이에 정부가 주장하는 ‘93% 승소’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의 최종 청구액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정부는 93%가 아닌 86.9% 승소한 셈이다.
엘리엇이 깨알같이 챙긴 것들
이에 더해 이번 소송 중에 엘리엇이 최초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을 1년여 만인 2016년 3월, 돌연 취소한 이유도 드러나 논란이다. 2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6년 3월 삼성물산과 일정 금액 추가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비밀합의를 맺고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 이 합의는 6년 후인 2022년 5월 삼성이 659억263만4943원을 지급하면서 이행됐다.
659억263만4943원이라는 금액은 2022년 4월 일성신약이 엘리엇과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삼성물산의 주식매수가격을 6만6602원으로 최종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당초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내놓은 삼성물산 주식매수가격은 5만7234원이었다. 즉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비밀합의를 통해 대법원이 결정한 주식매수가격과의 차액만큼의 금액을 받은 것이다.
엘리엇이 비밀합의를 통해 법원이 상향 평가한 주가만큼 삼성물산에서 추가 지급금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았던 일반 주주와의 형평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법상 회사는 주식매수가격을 개별 주주와 협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
PCA가 우리 정부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한 이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소송은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비밀합의를 한 이후인 2018년 4월 엘리엇이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2017년 2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후에 소를 다시 제기했다. 정부나 다름없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국정농단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기소하자 이를 근거로 소를 제기한 것.
이 같은 주장은 국내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PCA는 엘리엇의 주장을 상당부분 인정했다. 실제로 2022년 4월 대법원은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손해배상액에 대해 국정농단 관련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본질적으로 삼성물산의 합병은 개인 이재용의 축재를 위해 국가와 주주들에게 고의로 손실을 야기한 것에서 출발한다”면서 “1300억원의 배상액은 이재용 개인이 변제해야 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삼성 이재용 회장 개인에게 즉시 청구하고 불응시 개인재산을 압류하라”고 말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역시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한미FTA 조항에 따라 엘리엇 판결문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면서 “판결문에 이재용 회장 등 관련자들의 이름도 지우지 말고 원문 그대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관여자로 특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구상권 행사가 즉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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